셀레스트론 '여행 망원경(Travel Scope) 70'은 지금껏 사용해 본 천체 망원경 중에서 휴대성 끝판왕인 제품이다.
대부분의 초보자들이 성능의 기준이 되는 대물 렌즈 직경에만 신경을 쓰는 데, 시간이 흐를수록 귀차니즘과의 투쟁에 유리한 휴대성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이 제품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 가벼운 무게 : 대물 렌즈마저 플라스틱이라 정말 가볍다.
- 작은 크기 : 경통 초점거리(길이)가 40cm에 불과. 어지간한 백팩에 들어간다.
- 의외로 괜찮은 대물 렌즈 성능 : 단초점 보급형 플라스틱 대물 렌즈라는 규격이 화질에 불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로 괜찮은 화질을 보여준다. 아무런 기대없이 보면 깜짝 놀라는 수준.
- 저렴한 가격 : 아마존에서 50달러에 판매한다. 이미 천체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추가로 구입하는 데 비용 부담이 적다.
- 1.25인치 : 장난감 쓰레기 망원경들은 0.968인치 규격인데 비해서, 이 망원경은 너무나 정상적인 1.25인치 규격이다.
(물론, 고급 제품은 2인치 규격이지만, 그럴 경우 휴대성이 떨어지므로, 이 제품의 컨셉에 맞지 않다.)
- 넓은 시야각 : 경통이 짧아서 저배율에 시야각이 넓은 특성이 있다. 눈앞에 뻔히 있는 관측 대상을 접안 렌즈 안에 집어넣는 데 애를 먹는 초보 시절에는 성운 관측에 도움이 되는 특성이다.
(단, 밝고 고배율이 필요한 태양계 행성을 관측할 때는 불리한 특성이다.
몇 안 되는 태양계 행성 관측을 위해서 편의성을 희생한다는 것은 조금 아까운 면이 있다.)
주로 집 앞 산책을 겸해서 잠깐 밤하늘을 훑어보는 용도로 적합하며, 그 외 캠핑갈 때 차에 짐이 꽉 차서 여유 공간이 부족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장거리 이동할 때도 괜찮을 듯 하다.
안타깝게도 이 망원경은 위에 나열한 장점 몇 가지 이외에는 모든 것이 단점이다.
- 부실한 가대 : 미동 손잡이도 없는 저가형 카메라 삼각대는 천체 관측 용도에 많이 부족하다. 가장 큰 문제.
- 부실한 파인더 스코프 : 6배율 30mm 파인더 스코프로 교체하면 어느 정도 보완 가능.
- 천정 미러(스타 다이아고날) 부재 : 1.25인치 90도 천정 미러로 교체하면 어느 정도 보완 가능.
기본 장착된 파인더 스코프는 겉모습과 달리 대물 렌즈 크기가 정말 작다.
대물 렌즈 직경이 30mm인 파인더 스코프로 교체하면 한결 낫다.
경통과 접안 렌즈를 연결하는 부위가 (천체 관측용 90도 천정 미러가 아니라) 지상 관측용 45도 정립 프리즘이다.
천체 관측은 (상하좌우가 뒤바뀌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빛 손실을 줄여서 조금이라도 더 밝게 보는 게 유리하다.
(이미지가 거꾸로 보이더라도) 거울이 사용된 90도 천정 미러로 교체해 주는 게 낫다.
파인더와 천정 미러만 교체해도 (망원경 구입 비용 대비) 상당한 지출이다.
하지만, 가대 업그레이드는 비용을 넘어서서 대체품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렵다.
천체 관측용 가대는 카메라 삼각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고 무겁다.
카메라 삼각대는 안정성을 높이려면 비용과 무게가 급격하게 올라간다.
카메라 삼각대에 장착할 미동식 손잡이가 있는 헤드는 찾기도 힘들고, 찾더라도 망원경 가격을 생각하면 결코 저렴하지 않다.
휴대성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약간의 업그레이드를 하더라도 흔들림이 심하기에, 하나의 대상을 주의깊게 관찰하는 것은 힘들고, 하늘을 휘저으면서 간단하게 훑어보는 용도로만 제한된다.
이렇게 한계가 명확한 데도 여전히 이 망원경을 사용하는 이유는 아파트 베란다의 시야각 제한에서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망원경이라도 아파트 베란다에 고정시키면 다른 동에 가려서 볼 수 있는 대상이 극히 제한적이다.
시야가 트인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면 (맨손이나 백팩이 아니라) 핸드 카트에 실어서 덜덜 거리는 바퀴 소리를 내며서 이동해야 하고, 거리가 조금만 멀어져도 차량에 실어야 하는 데, 이건 취미가 아니라 노동으로 변질되는 느낌이며, 귀차니즘과 결합하면 더 좋은 망원경일수록 더 크고 더 무거워져서 점점 더 안 쓰게 된다.
반면, 이 망원경은 제대로 된 관측은 힘들더라도 집 밖을 나서는 순간 베란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측 대상이 확보되며, 손으로 잡고 대충 휘저으면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이름을 알 수 없는 아름다운 천체들을 보면서 느끼는 만족감은 생각보다 훌륭하다.
이로 인해서, 매너리즘과 귀차니즘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대체 불가능하다.
저렴한 가격에 소장하고 있다가 가끔 사용해도 가격 이상의 가치는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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