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룬 'JFK'는 일반인들은 잘 모르던 '재프루더 필름'에 담긴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장면을 널리 알려서, 오스왈드에 의한 단독 범행이라는 미국 정부 발표가 거짓이라는 것을 밝힌 영화이다.
https://www.imdb.com/title/tt0102138/
JFK (1991) ⭐ 8.0 | Drama, History, Thriller
3h 9m | 15
www.imdb.com
이 영화의 백미는 대통령이 머리에 피격당하는 순간 머리가 '뒤로' 젖혀지는 장면이다.
유일한 암살범으로 지목된 오스왈드는 대통령 뒤쪽에 있었는 데,
오스왈드가 쏜 총알이 머리를 맞았다면 총알의 운동량이 전해지면서 머리가 앞으로 젖혀져야 하는 데,
머리가 뒤로 젖혀진 것은 앞쪽에서 사격한 또 다른 공범의 존재를 의미하며,
(오스왈드 단독 범행이 아닌) 다수에 의한 암살 작전이 진행되었음을 강력하게 암시하는 장면이다.
다만, 해당 장면에서 약간의 고증 오류가 있다.
첫 번째 총알을 목에 맞고, 목을 움켜쥔 장면 이후,
배경음에 자동차 엔진 가속음이 나오면서 마치 가속하는 도중 머리에 결정타를 맞은 것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결정타를 맞는 순간 가속은 커녕, 운전사는 브레이크를 밟으며 뒤를 돌아보느라 차량이 정지에 가까울 정도로 속도가 느려졌다.
다음 링크에서 '재프루더 필름'의 원본을 보면 0:20 무렵에 결정타를 맞기 직전 차량이 브레이크 밟은 것처럼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BJFT-OyDEc
FBI 실험에 의하면 속도가 높아질 수록 명중률이 하락하며, 어느 정도 속도가 올라가면 명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요인 경호 차량은 속도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에 묘사된 것처럼 좀 더 일찍 가속했다면 결정타를 피해서 대통령이 생존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작지만 중요한 고증 오류가 포함된 이유가 무엇일까?
정확한 것은 감독 본인만 알겠지만, 당시에 공개된 정보에 기반한 추정을 하자면,
'재프루더 필름'은 최초 공개 시점에 차량이 느려지는 장면이 삭제되어 있었고, 마치 차량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다가 가속하는 것처럼 교묘하게 편집되어서 머리에 결정타를 맞는 시점과 차량이 가속하는 시점의 전후 관계 파악이 쉽지 않았다.
정리하자면,
(방어가 전혀되지 않는) 오픈카로
(대통령 경호 원칙 상 존재해서는 안 되는) 급커브 경로에 진입해서,
차량 속도가 (경호 기준보다) 느려진 순간에 총알을 몇 발 맞았고,
대통령이 (부상은 입었지만) 여전히 생존해 있었음에도,
운전사가 브레이크를 밟아서 속도를 더 느려지자 '앞에서 날아온' 총알에 머리를 맞고 사망했다.
결정타를 맞는 순간 머리가 '뒤로' 젖혀지는 것을 기록한 '재프루더 필름'은 정부 기관에 압수되어 은폐되었고,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지어졌고,
오랜 법정 공방 끝에 '재프루더 필름'이 겨우 공개되었을 때조차 운전사가 브레이크를 밟아서 암살범이 결정타를 날리는 데 협조하는 듯한 장면은 삭제되었다.
어쩌면 머리가 '뒤로' 젖혀지는 장면이 없었다면 진실은 영원히 은폐되었을 것이다.
백주대낮에 국가 원수를 암살하는 내란죄가 발생하고, 수십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진범이 오리무중이라는 점에서 많은 충격을 줬던 영화 'JFK'는 한 번쯤은 꼭 봐둬야 하는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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